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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전 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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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원자 작성일13-12-19 14:36 조회15,426회 댓글1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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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전 자전

나에게 아들이 둘 있는데 성격도 취향도 매우 다르다. 큰아들은 어려서부터 성격이 조용하며 묵묵히 자기 할 일만 하는 성격이더니 지금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도 변함이 없다.

 

단지 두 형제이건만 작은아들은 또 전혀 다르다. 어려서 하루 종일 친구들과 어울려 공부는 뒤로하고 이산 저산(개포동의 대모산 구룡산)으로 놀러다니느라 정신이 없더니 지금의 취미는 이 비행장 저 비행장으로 모형비행기를 날리러 다닌다. 

 

큰아들의 취미는 낚시다. 시간 나면 TV의 낚시 프로그램만 본다. 그러니 두 손자가 태어나서 무얼 보았겠는가? 갓 태어나 누어서 곁눈으로 낚시 프로그램만 보아 왔음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두 손자의 취미도 또 다르다. 큰손자 아이를 낳기 전까지 며느리는 아이들이 태어나면 서랍장 등을 직접 만들어 옷가지를 넣어준다고 목공소에 한 일 년 주말이면 다녔다. 이 또한 사돈어른의 취미이시다. 손수 수석의 자대를 만들어 장식장 가득 넣어두시는 것을 보고 자랐을 것이니 그러했나 보다. 

 

그래서 그런지 7살인 큰손자 아이의 취미는 온종일 드르륵드르륵하며 드라이버(물론 장난감)를 갖고 논다. 어려서 어디서 뚝딱 소리가 나면 반드시 보아야 걸음을 뜬다. 집에 오면 일부러 의자의 못을 뺏다 꼽았다 한다. 유치원서 오면 종일 블록 쌓기 장난감, 로봇 장난감을 갖고 논다. 증조할머니 산소에 가서 낫질을 하다 다리를 살짝 벤 적이 있고 감자 깎는 칼로 손을 깎아 응급실에도 간 적이 있다. 겁이 없다.  

 

문제는 작은손자다. 온종일 낚시 놀이를 한다. 어린아이의 낚시놀이 장난감은 벌써 몇 개째이다. 부러지고 깨지고 테이프로 붙이고 야단이다. 집안은 플라스틱 붕어, 게, 문어 등 물고기 장난감으로 가득하다. 낚싯대, 물고기 장난감이면 최고이다.

 

매일 만나건만 만나면 낚시 놀이하자고 조른다. 저는 잠수병이란다. 생수통을 등에 메고 부러진 호스를 입에 물고 물안경 쓰고 소파에서 이불을 편 거실로 뛰어든다. 심지어는 꽁꽁 언 농어를 봉지에 담아 끌고 다닌다. 밥반찬으로 생선도 매우 좋아한다. 외가에 간다면 낚싯대부터 챙긴다.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엇을 사줄까 걱정을 하는 중에 어제 토요일 삼성동에 있는 결혼식장에 갈 일이 있었다. 식장 가는 길에 지하철 안에서 좀 일찍 일어나 코엑스 아쿠아리움에 들러 좀 커다란 물고기 인형이 있나 보러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식이 끝나고 5시쯤에 길 건너 코엑스 아쿠아리움을 물어 물어서 갔다. 건물의 통로가 왜 그렇게 길고도 먼지…, 다른 사람들은 잘도 찾아간다. 지하 건물 맨 끝에 물고기 인형을 파는 기념관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것은 실이나 털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고무나 두꺼운 비닐들로 만든 매끈한 것이었다 (낚시 가게에 파는 미끼 같은 것). 원하는 크기는 한 30cm 정도 되었으면 하였는데 한참 찾으니 생각보다 작은 상어와 고래가 있었다. 상어는 25cm, 고래는 20cm 정도 되었다. 좀 큰 것 있느냐고 물었더니 없다 했다. 

 

또 언제 올 기회가 있을지 모르고 어렵게 왔으니 샀다. 그리고 오늘 줄까? 비가 와서 내일 줄까? 하는데 큰아들이 볼 일이 있어 나갔다가 홍시 한 팩을 사서 엄마 드시라고, 생각지도 않고 있는데 ‘띵똥’하고 왔다.

 

망설이다 이것 두 아이에게 하나씩 주라고 했더니 웃으며 두었다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면 어떠냐고 했지만 그 때까지 한참 기다려야 하니 내가 어찌 주고 싶어 참겠나 싶어 갔다 주라고 했다. 이윽고 좀 있다 전화가 왔다.  

 

“할머니 감사합니다.” 작은손자 아이와 영상통화를 하는데 옆에서 큰손자 아이가 “할머니 나도 이다음 사서 주세요. 준흠이가 안 줘요.” 하고 소리친다. “그래 알았어. 너는 다른 것으로.” 큰손자 아이는 이내 마음 돌린다. 자기의 취향이 아니기에.

 

아들아이가 지금 작은손자 아이는 기분이 너무 좋고 흥분 상태에 있어 아무도 못 만지게 한다고 전한다. 마음이 흐뭇했다. ‘진작 사 줄걸….’

 

 

댓글목록

백옥소님의 댓글

백옥소 작성일

날씨는 춥지만 마음이 따뜻합니다.
건강하시길....

난아카데미님의 댓글

난아카데미 작성일

아기자기한 글 잘 읽었습니다.

깜씨님의 댓글

깜씨 작성일

마음이 뭉쿨아네요.

자아님의 댓글

자아 작성일

보람되고 즐거우시겠습니다.

와우산님의 댓글

와우산 작성일

아이들 모습이 귀엽고 예쁘네요.
어른이 보기엔 별 것 아닌 장난감 하나가 아이에게는 하늘 만큼 소중한가 봅니다.
아이들이 엄마와 아빠의 취미를 하나씩 물려받았으니 신기하네요.
그래서 부모고 자식인가 봅니다.
잔잔한 글 잘 읽고 갑니다.^^

청운소님의 댓글

청운소 작성일

잘 읽고 갑니다.

삐돌이님의 댓글

삐돌이 작성일

글 잘읽었습니다.

아양이님의 댓글

아양이 작성일

잔잔한 글 잘읽었습니다

연병장님의 댓글

연병장 작성일

잘 읽고 갑니다.

율리님의 댓글

율리 작성일

와우!  노춘 브라보^^*~